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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와인 리뷰 - 마츠 엘 비에호 (Matsu El Viejo)

와인을 마실 때 라벨과 디자인이 아무래도 초심자로서는 큰 영향을 미치는데

청년, 중년, 노년의 남성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박혀있는 마츠(Matsu)의 와인은 유독 눈에 잘 들어온다. 

마츠 시리즈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유통과정에서 붙는 잡다한 부가 비용들 덕에 비싸서 못 먹었는데 

이번에 스페인에 가서 29유로라는 엘 피카로(청년)의 가격에 엘 비에호(노년)을 맛볼 수 있어 구매해보았다.

 

마츠 홈페이지 내 엘 비에호에 대한 간략한 설명

마츠는 스페인의 토로(Toro) 지역에서 자란 포도를 가지고 만든다. 

토로 지역을 검색해보니 해발 600~700미터의 고지대에 위치해서 한낮의 태양과 새벽의 서늘함이

포도에 생생한 산도를 더해준다고 한다. 

토지 역시 점토와 모래가 잘 어우러져 포도나무가 튼튼하게 자랄 수 있다.

실제로 19세기 필록세라(프랑스 와인 밭의 4분의 3을 박살내 주류 역사를 바꾼 해충)가

유럽 전역을 뒤덮었을때도 토로 지역의 모래 섞인 토양 덕에 거의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마츠의 와인 역시 오래된 고목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다. 

엘 피카로는 90년, 엘 레시오는 90~100년  그리고 엘 비에호는 100년 이상된 나무에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한다. 

와인을 땄을때 은은히 향이 퍼져나온다. 다크 초콜릿의 향에 가깝다. 

색깔 역시 붉다기보다는 검은색에 가까울 정도로 진했다. 

처음 맛 봤을때 엄청 맛있다! 하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드라이한 맛과 적당한 탄닌감이 굉장히 묵직하게 다가왔다. 

확실히 밸런스가 좋은 느낌이었다. 

 

저녁을 먹기 위해 목살을 좀 구웠는데 페어링이 딱이었다. 

목살의 담백함에 더해 살짝 있는 지방의 풍미를 좀 더 돋구어주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삼겹살은 특유의 지방의 맛이 더 강해 와인 맛을 해칠거 같았다.

 

아버지가 생각나는 맛이다. 날이 추워서 더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따뜻한 곳에서 맛있게 구운 고기 앞에 좀 두고 같이 그동안 지냈던 일들 공유하면서,

내가 털어놓는 푸념들과 불평들을 묵묵히 들어주시며 한번씩 맞장구 쳐주며 

간간히 잔을 부딫히고 싶은 그런 맛. 아버지처럼 묵직하면서도 담백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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