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로 다시 돌아오던 날, 모로코 현지어를 가르쳐주던 선생님이 결혼식 사진을 인스타에 올렸다.
고작 24살인 그녀가 결혼을 하는 것도 놀라운 사실이지만(사실 모로코는 상대적으로 결혼 시기가 매우 이르다),
상대방이 한국 남자라는 사실에 더욱 놀라 연락을 취했다.
나 : "와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결혼을 하다니 축하해!!!"
그녀 : "고마워 야씬, 그렇게 되었어."
나 : "어떻게 된 일이야! 어떻게 만난거야?"
그녀 : "메신저로 연락하고 지내다가 결혼을 하기 위해 그가 찾아왔어."
나: " 아, 원래 모로코에 지내던 사람이 아니야?"
그녀 : "응, 우리는 페이스북으로 만났고 그와 만난건 오늘이 처음이야."
그렇다. SNS의 발전으로 이제 국경은 허물어졌고 더이상 국제 연애와 결혼은 흔하지 않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어찌보면 한 가정을 꾸리는 중대사일텐데 이렇게 비대면 연애에 이어 성사될 줄이야...
그녀는 한 선교사분 밑에서 근무를 하던 친구였기에 주변 한인분들에게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다.
다행히도 남편은 좋은 사람인거 같았다. 나이차도 많이 나지 않았고
그녀는 한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며 즐겁게 살아가고 있었다.
첫 만남때 얼굴 일부를 제외한 부분을 가리고 있던 히잡을 벗어던지고 똑단발을 하니 더 생기 있게 변했다.
할랄(Halal) 음식만 고집하던 그녀는 지금은 소주도 마시며 한껏 새로운 세상과 삶을 누리는 중이다.
모두가 이렇다면 이 글을 적지도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여전히 많은 수의 결혼이 매매혼과 비슷한 형식을 취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라바트, 카사블랑카, 마라케시, 탕헤르 등 대표적인 도시들은 모로코가 아니다.
철저히 관광을 위한 도시이며 실질적인 모로코 사람들의 삶과는 거리가 멀다.
당장 라바트에서 10분 거리인 살레의 서민 거주 구역만 가면 밤에 길을 못돌아다닌다.
모로코의 아름다운 노을을 즐기며 아틀라스 산에서의 캠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면 버려라.
산적이 출몰하고 어떤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는 곳이라 현지인들도 상업용 캠핑장 아니면
아무데서나 캠핑 절대 하지 않는다.
문화적 인프라는 대도시에 편중되어 있고, 그 것도 가진 자들만이 누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탈출구는 말 그대로 이민이다.
모로코인들은 이민을 가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유럽이나 터키 같은 곳으로 결혼을 하는 것만이 가장 쉬운 탈출구이다.
한류 열풍을 통해 한국인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데이팅 어플과 SNS는 이 현상을 가속화 시켰다.
대다수의 결혼하는 커플은 나이차가 꽤 컸다. 한 아저씨는 갓 스물이 된 시골의 여자와 결혼을 한다고
30살의 나이차를 극복하여 사랑한다고 했다.
참고로 모로코는 위의 언급한 대도시에서 30분 떨어진 곳만 가도 인프라 수준의 격차가 현저히 저하된다.
우리나라처럼 경기도 수준을 생각하면 안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말도 안통하면서, 영어도 못하고 구글 번역기로 돌려가며 채팅 몇번한 것이 과연 사랑일까?
얼굴 한번 보지도 않고 어플로 주름을 덕지덕지 지운 사진 몇장을 가지고 임한 것이 과연 연애였을지 무척 궁금했다.
모로코 여자들은 국제결혼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정말 잘 사는, 레인지로버나 마세라티, 벤츠를 끌고 다니는
젊은 여성들 엄청 많다. 이들이 과연 국제 결혼에 연연할까?
결국 특정한 목적을 가진 자들이 만나게 된다. 결혼을 어떻게든 하려는 자와 탈출을 하려는 자.
근데 그렇게 탈출한 이후에는? 그 목적이 달성된 이후에도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그 관계가 유지가 될까?
'본인'이라서 좋아하고 감정을 교류하는게 아니라 '한국인'이라서가 이유인 관계에 진정성이 있는지 깊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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