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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살이

모로코 여행 - 사하라 사막을 마주하다

누구나 한번쯤은 사하라 사막에 들어봤을 것이다. 소설 어린 왕자에서 그려지는 모습들,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에 대한 기대.

그리하여 누군가에게는 한번 쯤 방문해 보고 싶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모로코는 사하라 사막을 방문하기로 유명한 곳이며 나름 접근성이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친구의 방문을 계기로 함께 계획만 세웠던 사하라 사막을 향한 여정을 떠나게 되었다. 

붉은 빛이 감도는 해질녘의 사막

 

보통 사막을 갈 때는 페스(Fes)나 마라케시(Marrakesh)에서 수프라 버스를 타고 9시간 여를 달려 메르주가(Merzouga)라는 도시로 이동하여 거기서 투어 업체와 컨택을 한다. 거기서 낙타를 타거나 ATV를 선택하여 베이스캠프에 이동해 하루를 보내고 오는 스케줄이다.

여행객들이 이용하는 수프라 버스

 

그런데 그 도시 자체가 사막과 인접해있다 보니 이동하기가 영 까다로운 게 아니다. 그래서 나는 그 당시 거주하던 도시인 아즈루에서 차와 기사를 3일 2000DH(한화 24만 원)에 대여하여 이동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동 경로도 짧아 시간적인 면에서도 이득이었다
.

 

중간중간 쉬어가며 모로코의 정취를 느끼고 마침내 도달한 사막은 40도가 넘는 후끈한 날씨를 자랑했다. 친구가 미리 예약해둔 '하산네'라는 업체를 이용했는데 모든 여행객이 한국 사람들이었다. 막상 주인은 자느라 나오지도 않았고 한국말로 적힌 가이드라인과 이미 다녀오시고 한번 더 여정을 준비 중인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전반적인 프로그램의 진행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무릎관절이 심하게 걱정되는 낙타를 타고 사막을 가로지른다.

 

나는 6월인 여름에 방문을 하였다. 무더운 날씨에 건강에 치명적인 이유로 오후 6시에만 투어가 진행되었다.(동절기에는 4시, 6시 두번 투어를 진행한다.) 비용은 인당 300디르함 정도였다.

 

투어는 간단하다. 심하게 휘청이는 낙타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 사막을 가로지른다. (더위보단 가랑이가 무척 아파 고생했다.)

그리고 샌드 보드를 한번 타본 뒤 베이스캠프로 돌아가 에체이(모로코 민트 티) 타임을 가진다. 이후 저녁 식사를 하고 사막에 깔아주는 매트에 누워 별을 감상하게 된다.

 

스노보드를 이용해 눈 대신 사막 언덕을 내려간다.

사실 기대하지 않았지만 사막의 밤하늘은 정말 황홀해질 정도로 아름답다. 모든 별자리를 다 볼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별들이 하늘을 수놓고 있다. 평생 봐온 별똥별을 이 날 밤에 다 볼 수 있을 정도이다.

 

나는 준비해 온 맥주와 소주를 땄다. 주변의 한국 여행자들과 통성명도 하지 않았지만 거리낌 없이 잔을 나눴다. 술을 좋아한다면 출발하기 전 미리 술을 준비할 것을 추천한다. 페스 출발의 경우 '보르쥬 페스(Borj Fes)'  라는 쇼핑몰에 가면 까르푸가 있다. 

그 곳에 'Cave' 라고 따로 술만 파는 코너가 일반 매장과는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니 그곳에서 술을 구입하면 된다. 

 

술만 파는 코너인 Cave

이슬람권이라 다들 채 준비를 못해왔거나 생각도 못했던지 너무나 반가워했다. 특히 우리에게 관심도 없이 자기들끼리 모여있던 외국인들 무리가 갑자기 말을 건네기 시작했지만 한국 사람들과 나누기도 적은 양이라 권하지는 않았다.

 

낙타들도 긴 여정을 마치고 쉴 준비를 한다.

 

고작 사하라의 아주 작은 찰나의 순간만을 겪고 온 것이겠지만 그래도 내가 ‘언젠가’에 묶어놨던 것들을 하나씩 ‘오늘’로 풀어버리는 것.

하나씩 하나씩 마주하며 온 몸으로 느끼는 것. 그것이 여행이 주는 또 하나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훗날의 ‘오늘’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이 장면을 향유하게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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