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의 'Economist'에서 모로코 현 국왕인 모하메드 6세에 대한 기사를 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모로코는 '현재 조종사 없는 비행기(We're a plane without pilot)"이라 한다.
왜 그럴까?
1. 국왕의 의미
모로코는 실업, 인플레이션, 빈부격차, 억압적인 경찰력 등의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신속한 헌법 개혁 도입으로 인해 심각한 수준의 소요사태는 이르지 않았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모로코 내 국왕이 가진 의미 때문이다.
모로코의 국왕은 군대의 수장이자 최고의 사법기관이며 단순한 국가 지도자 그 이상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
국가의 모든 중요한 사안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국왕에 있으며 왕명으로 의회 해산 역시 가능, 독재 통치가
가능한 상황이다.
(실제로 모하메드 6세의 아버지 하산 2세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마음껏 행사하고" 누구든 내게 불순종하는 자는 신에게 불순종하는 것"이라고 선언할 정도 였으며 [마흐젠(Makhzen) : 선출직과 임명직 공무원을 아우르는 거대한 국가기관] 을 동원해 정적을 응징하는 철권 통치로 유명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는 '납의 시대(سنوات الرصاص)'라 불릴 정도였다.)
모로코에서 군주제는 시대를 초월하는 고대의 것이라는 인식이 남아있다. 이에 공화제를 채택한 주변국의 대통령들과 달리 안정과 연속성을 표방하며 신속하게 헌법 개혁을 도입, 아랍의 봄 여파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2. 모하메드 6세 국왕의 성향
모하메드 6세 국왕은 중동 지도자 중 가장 대외 공개를 기피(Publicity-shy)하는 인물로, 1999년 국왕 즉위 이후 단 한번도 기자회견을 주최하거나 TV 인터뷰를 가지적이 없다.
이는 앞서 언급한 하산 2세의 성향의 영향이 작용했던 탓으로 보여진다. 엄격한 하산 2세의 그늘 아래서 그는 권력보다는 왕궁 밖 세상에 관심이 많았다. (하산 2세는 모하메드 6세가 프랑스 니스에서 유학 중인 시절에 내무장관을 파견하여 감시하도록 지시하였을 정도, 이에 모하메드 6세는 모로코에 귀국해서도 하산 2세와 교류를 피했다고 한다.)
젊은 시절에는 술집과 클럽에서 시간을 보냈으며 현재도 배우, 래퍼, 아티스트 등과 해외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다고 한다. (국왕의 유년 시절 친구는 국왕이 나이가 들수록 더 유치하게 행동한다고 언급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2022년의 대부분을 프랑스 파리 인근의 저택과 동북부의 고성을 오가며 시간을 보내는 등 200여일 이상을 해외에서 체류했다. 동시에 엘리자베스 여왕 장례식(9월), 알제리 개최 아랍연맹 정상회의(11월), 카타르 월드컵(12월) 등 큰 행사에도 불참하며 사실상 모로코의 국왕은 부재하다는 우려를 자아냈다.
3. Abu Azaitar와의 관계
그리고 이 배후에 Abu Azaitar라는 모로코 출신 UFC 챔피언이 거론되고 있다. 국왕의 건강이 악화되던 시점에 (당시 국왕은 천식 및 폐질환을 앓고 있었음) 2018년 독일에서 모로코로 이주한 뒤 국왕의 개인 트레이너이자 친구로서 그의 두 형제들과 함께 국왕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왕궁에서 원하는 대로 활동하고 있다. 국왕은 이들과 더 자주 휴가를 떠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Azaitar는 자신이 입은 옷에 왕실 문장을 새기고 개인 SNS에 국왕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하는 등 스스로 국왕의 사람임을 자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재국 일간지 'Hespress'는 지난 3월 절도, 갈취, 사기, 신체적 폭력, 강도, 마약 밀매 등 Azaitar 일가가 독일에서 저지른 범죄 이력 및 사치 내역을 상세히 공개하며 이례적으로 왕실 내부 세력을 공격했다.
4. 전망
Covid 19 이후 관광업이 일부 반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및 식량 공급 위기에 따른 급격한 물가 상승 등 모로코의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하며 일반 시민들의 기득권에 대한 불만 역시 가중되고 있다.
감히 국왕의 퇴위(abdication)을 언급하는 사람은 없으나 모하메드 6세의 아들인 하산 왕세자와 남동생 라시드 왕자를 거론하며 간접적으로 불만이 표출되고 있으나 국왕이 스스로 물러날 조짐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각에서는 마흐젠과 왕실의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하산 2세 국왕 재위 시절 2번의 쿠데타가 있었던 만큼 현 국왕에 대한 쿠데타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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