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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포르투는 자유다 - 1유로 에그타르트의 행복

워킹비자가 2번째 리젝을 당했다. 9개월 동안의 시간이 허망하게 느껴졌다.

버틸려면 버틸 수 있었다. 물론 불법 노동자로서 회사 소속이 아닌 백오피스 에이전시 소속으로. 

하지만 더 이상 그런 불안정한 삶을 살고 싶지는 않았다. 

 

퇴사 의사를 밝히고 남은 휴가를 사용하기로 했다. 

비행기를 찾던 중 저렴한 포르투가 눈에 띄어 급결정을 통해 그곳에 향하게 되었다.

 

포르투갈 하면 포트와인과 호날두, 그리고 리스본행 야간열차가 내가 아는 전부였다. 

오히려 아무것도 모른 채 갔던 2박 3일의 짧은 여정은 달콤함과 여유를 선사해 준 시간이 되었다. 

 

1일째, 

도착하니 비가 쏟아붓기 시작했다. 

하지만 짧은 여정에 비가 온다고 호스텔에서만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다. 

5유로에 근처 가게에서 우산을 사고 늦은 저녁을 먹기로 했다. 

 

포르투갈에는 포트와인뿐만 아니라 비뇨 베르데(Vinho Verde)라는 그린 와인이 있다고 했다.

포스팅에서 본 골목길 한편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가 문어 샐러드, 그릴에 구운 문어 요리와 곁들일 그린 와인을 주문하였다. 

애피타이저로 딱이었던 문어 샐러드와 와인

훌륭했다. 상큼하고 깔끔하게 넘어가는 맛이었다. 약간의 산도가 식욕을 더 돋워 주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어느새 잔잔하게 나를 환영하는 작은 박수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오래간만에 회사 근처 식당에서 주야장천 먹어대던 느끼한 음식들에서 벗어나니 해방감마저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작은 그린 와인 한 병에서 얻은 기분 좋은 취기와 함께 포르투의 첫날밤을 마무리 지었다. 

 

2일째,

 

단언컨대, 포르투갈의 에그 타르트는 당신에게 극강의 행복을 선사할 것이다. 

 

나는 단 것을 즐겨 먹는 편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단 맛을 최대한 피하는 편이다. 하지만 포르투갈의 에그 타르트는 첫 입을 먹는 순간부터 사람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Pastels de Nata', 파스텔 드 나타라고 불리는 에그 타르트. 포르투에서 유명하다는 타르트 집을 다 들렀는데 개인적으로 'Mantegaria'의 에그 타르트가 가히 최고였다. 

아침의 만테가리아

바삭한 페스츄리와 그 안에 들어있는 크림은 향긋함과 더불어 꾸덕꾸덕하지만 부드러운 커스터드 크림으로 가득 차 있었다. 1.1유로라는 상대적으로 착하게 느껴지는 가격과 함께 2유로의 아메리카노 조합은 환상적이었다. 앉아서 먹을 수만 있다면 정말 몇 개라도 먹고 싶은 심정이었다.  

 

 

도루강의 야경

 

날씨가 좋지 않아 포트와인을 제조하는 와이너리 투어는 하지 못했지만 야경이 기가 막힌다는 현지 친구의 추천을 받아 혼자 카페에서 에그 타르트와 맥주를 곁들여 먹은 뒤 도루 강으로 향했다. 

 

물과 야경은 언제나 깊은 인상을 주는 치트키가 아닌가 싶다. 루이스 1세 다리(Luís I Bridge)를 건너며 선선한 바람과 어두운 파스텔톤으로 물들어있는 하늘, 그리고 포르투의 야경을 눈과 몸에 담뿍 담으며 오래간만에 느끼는 자유로움을 만끽했다. 

 

포르투에 특별한 것들은 없었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서 마주할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었다. 유달리 지치고 힘겨워가던 타지 생활에서 그 꾸덕한 에그 타르트와 커피 한잔에 위로를 받고 다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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