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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여행 - 페스(Fes) 메디나 방문

친구 한명이 모로코에 놀러오기로 했다. 때마침 동료 중 한명이 아직 페스에 가보지 못했다고 하여 간만에 페스에 방문하게 되었다. 

페스는 라바트에서 차로 2시간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기차나 버스를 이용하게 되면 주변 도시를 거쳐 가기 때문에 3시간 30분정도 소요된다. 차로 이동하는 편이 여러모로 시간이 적게 들어 당일치기 여행을 할 수 있었다. 페스는 사실 악명이 높다. 엄청나게 복잡한 메디나와 사기를 치는 상인들 때문에 혼자 여행하기에는 은근 만만치 않다. 
 
나 역시 맨 처음 페스에서 머무를 때 숙소를 메디나 안쪽에 잡아 찾을 수가 없어 꼬마에게 길을 물었다가 돈을 뜯겼었다. 몇 발자국 앞에 그 숙소가 있었고 고맙다고 하고 가려는데 나에게 10디르함을 당당하게 요구하던 녀석... 정말 몇 발자국에 10디르함은 좀 너무한거 같아 5디르함 주고 보내긴 했다. 
 

페스 메디나 초입
골목에 색이 한가득

이정도는 귀여운 거고 새로 부임한 직원 중 한명은 거의 3-4천 디르함 정도를 바가지 씌이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경찰서에 신고를 했고 재판까지 갔었다. 그 직원도 자신이 오피셜 가이드라며 친절하게 다가오던 모로칸에게 당한 것이다. 잊지말자. 과도한 친절은 특히나 조심해야한다. 
 
다시 방문한 메디나는 변한 것들이 많았다. 전통적인 느낌에서 나름 보다 산뜻한 노천 카페들도 있었고 관광객도 더 많아진 느낌이다. 언제나 봐도 이국적인 느낌이 강해 간만에 걸을 맛이 났다. 
 

뜨거운 모래를 이용해 내려주는 커피
나름 테이블이 있어 앉아서 마실 수 있다
커피는 15디르함(2000원), 정말쓰고 맵다

우선은 아침도 거르고 출발했기에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낙타고기 버거로 유명한 'Cafe Clock'을 방문하였다. 

 
메디나에 들어서서 조금 걷다보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있다. 구불구불한 메디나에 길을 찾으려면 하늘을 잘보면 된다. 어지러울수 있지만 다 간판이 있고 표시가 되어 있으므로 익숙해지면 유명한 곳 정도는 금방 찾을 수 있다. 

번거로운 길을 지나
입구

우리는 낙타 버거 2개, 리코타 치즈 샐러드, 그리고 치킨 따진을 주문했다. 배가 고파서 인걸 수도 있지만 정말 너무 맛있었다. 낙타 버거는 잡냄새도 없었고 사실 뭐 낙타 맛을 구분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맛이 좋았다. 샐러드도 과일과 잘 어울러져 너무 상큼했고 따진도 맛있었다. 

주문한 음식들


식사 후에는 메디나의 이곳 저곳을 구경하며 걸어 대표적인 관광지인 테너리로 향했다. 전통 방식의 가죽 공정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세와 악명을 동시에 가진 곳이다. 

여기서 사건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관광지인지라 정말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고 이를 이용해 말도 안되는 바가지를 씌워 판매를 하는 일이 발생한다. 심지어 물건을 사지 않으면 100디르함이나 200디르함의 가이드 비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도 조금은 염려를 하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여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들어섰다. 
 

테너리는 중세 시대의 가죽 공정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비둘기 똥의 산성 성분을 이용하여 가죽에 붙은 살점을 자연스레 떼어내고 천연 재료들에서 채취한 염료에 가죽에 색을 입힌다.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감탄을 자아내는 광경이다. 거대한 파레트를 주변으로 펼쳐진 메디나의 조망은 꽤나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따가운 땡볕아래 악취와 함께 근무를 몇년 또는 몇십년을 해온 사람들에겐 얼마나 괴로운 곳일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이후 내려가면서 층마다 존재하는 다양한 가죽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예전처럼 막 사야한다고 굴지는 않았고 그냥 맘에들어 하는 제품이 있으면 입어보라고 권유하고 설명해주는 정도여서 다행이었다. 가죽의 질은 좋았으나 확실히 상품을 만드는 기획이나 디자인은 투박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맘에드는 제품이 있어 물었더니 가격이 대부분이 3000디르함에서 4000디르함을 부른다. 한화로 5-60만원 돈인데 그 돈이면 차라리 브랜드 제품을 좀 더 주고 사는게 낫단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오는 길에 우리는 20디르함을 내고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인당이었는지 전체였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절대 100디르함 이상은 주지 않으니 참고하시길)
 
돌아오는 길에 카페 클락 옆에 있던 협동 조합 'The Anou Cooperative'에 들렀다. 착한 커피처럼 양탄자와 직물류에 공정 무역을 추구하는 곳이었다. 색색의 이쁜 실들과 더불어 다양한 양탄자 제품이 있었다. 제품 옆에 QR 코드를 찍으면 해당 제품을 만든 제작자의 사진과 이름이 뜨면서 수익을 그 쪽으로 돌아가게 해두었다. 서포터엔 역시 Peace Corp이 있었다.


요즘 들어 그저 퍼주는 무상원조보다는 차라리 이런식으로 경제적으로 직접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형태의 원조가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원 시절을 겪으며, 또 이미 겪고 있는 다른 단원들을 보며 항상 느끼는 거지만 무작정 퍼준다고 해서 그게 정말 도움이 되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호구로 생각하는 경우가 꽤 많았기에 이런 발상을 하고 실현하는 Peace Corp에 또 한번 감탄하게 되었다. 
 
메디나를 나오며 마지막으로 Borj Nord 에 들렀다. 이 곳은 원래는 군사 요새였다. 그래서인지 페스 전체를 한번에 볼 수 있게 되어있어 지금은 노을 지는 시간에 맞춰 가면 운치있는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탁트인 페스를 즐길 수 있다



페스 전경을 바라보면 노을을 말 없이 즐기었다. 여행지로서의 모로코는 이럴 땐 꽤나 매력적인 곳임엔 분명하다. 하루의 고단함, 타지에서 겪는 괴로움은 또 이렇게 노을과 함께 미화되어지니 때로는 참 억울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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